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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송이] 따오기와 두루미, 그리고 바람의 노래

[초코송이] 잠들기 전 창작동화

by sisaimpact 2025. 5. 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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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짜기, 오래된 대나무 숲 어귀엔 거울 못이라는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이 못에는 두 마리의 새가 살았어요.

한 마리는 따오기, 하얀 깃털을 가진 고요한 새였고, 다른 한 마리는 두루미, 오래전부터 이 숲을 지켜온 새였습니다.

 

처음에 따오기는 말이 없었어요.
그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주 들여다볼 뿐이었죠.
“나는 아름답군. 내 깃털은 흠이 없어.”

 

숲의 새들은 따오기를 좋아했습니다. 겉보기에 얌전했고, 항상 ‘질서’를 말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은, 바람이 멎으면서 시작되었어요.

 

어느 날, 숲에는 이상한 깃털 명령문이 붙기 시작했어요.
‘바람은 내가 허락한 방향으로만 분다.’
‘모든 노래는 검열을 거친다.’
‘새는 날개를 쉬어야 나라가 편안하다.’

 

새들은 혼란스러웠어요. 바람 없이 어떻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요?
노래를 불러도 되나, 고민하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때, 오래된 갈대숲에서 두루미가 날아와 말했어요.
“숲은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바람은 길을 묻지 않고 흐르고, 새들은 저마다 다른 곡조로 웁니다.”

 

하지만 따오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죠.
“두루미야, 너는 옛날 새야. 지금은 ‘질서의 깃털’이 필요해.”
그리고는 혼자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어요.
“나는 이 숲의 바람이다! 내가 멈추면 숲도 멈춘다!”

 

이상한 일은 계속되었어요.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바람은 꼬이고, 노래는 땅 밑으로 숨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따오기는 거울 못 앞에서 속삭였죠.
“아름다움은 혼란 속에서 더욱 빛나는 법이야…”

 

결국, 숲의 동물들이 모였습니다.
메추리, 까마귀, 올빼미, 심지어 박쥐까지.
그들은 아주 오랜 의식을 열고 말했어요.
“바람은 누구의 것이 아닙니다. 노래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제야 따오기는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거울 못을 바라보아도, 이제 자신의 모습이 물결 속에서 찢겨지고 있다는 것을.

 

두루미는 말없이 바람 따라 멀리 날아갔고,
숲에는 다시 다양한 노래가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질서의 깃털’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죠.

 

왜냐하면,
바람은 알아서 부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숲은, 언제나 스스로 길을 만들었으니까요.

 


[소개글] 초코송이(필명)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의 깊이를 더하는 작가입니다.

자원봉사로 사회에 기여하며, 취미활동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또한,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글을 써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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