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20분—현실에선 아직 낯선 이 속도가 이제는 실현 가능성에 더 가까워졌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차세대 초고속 육상교통 ‘하이퍼튜브’의 핵심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하면서다. "철로 위 비행기"로 불리는 이 미래형 교통수단은 시속 1,2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로, 아진공 상태의 튜브 내부에서 전자기력으로 추진되는 시스템이다.
이번에 개발이 시작된 핵심 기술은 하이퍼튜브의 빠른 속도를 구현할 ‘자기부상·추진 기술’이다. 국토부는 2027년까지 전용 선로, 초전도 전자석 시스템, 주행 제어 기술, 차체 설계·제작 등 4개 분야에서 기술을 완성하고 차량의 부상 및 추진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3년간 127억 원이며, 올해에는 36억 8천만 원이 투입된다.
하이퍼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최고 속도로 운행할 경우 서울-부산 간 소요 시간은 16분 15초. 출발과 도착 시 감속을 고려하더라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는 비행기의 3분의 1, KTX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국토부는 이를 통해 전국 단일생활권 실현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태양광 기반 전력 공급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며, 기후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자료: 국토교통부
하이퍼튜브 연구는 이미 2009년 철도연이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 2020년에는 축소 모형 시험을 통해 아진공 상태에서 시속 1,019km 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핵심 기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새만금 시험센터 건립 사업은 두 차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핵심 기술 개발은 이 예타 재도전을 위한 사전 정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기술 개발의 내실을 기할 계획이다. TF 위원장은 국토부 철도국장이 맡는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이번 연구개발은 하이퍼튜브 기술의 첫 발걸음”이라며 “지방소멸 위기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퍼튜브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기술력과 정책이 맞물려 현실로 향하는 초고속 여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