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구글과 삼성전자가 협력해 공개한 ‘스마트 안경’은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을 넘어,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멀티모달 검색 등 차세대 기술들이 융합된 집약체로, ‘검색’이라는 행위의 본질까지 바꿔놓을 가능성을 드러냈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I/O 25’에서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의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제품은 제미나이 라이브라는 AI 기반 시스템을 탑재해 사용자의 시야와 음성을 인식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번역, 길 안내, 메시지 송수신, 일정 관리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능이 음성과 시각 정보만으로 구현된다. ‘손을 대지 않고도 스마트폰의 기능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은 과장이 아니다.
이 제품은 XR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눈앞에 구글 지도나 번역 자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힌두어와 페르시아어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지원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실제 시연에서 잠시 네트워크 장애가 있었음에도 현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 점은 기술이 제공하는 경험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직관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는지를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스마트 안경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품이 아니라, 구글이 새롭게 발표한 ‘AI 모드’ 검색 기능과 긴밀히 연동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검색이 키워드 입력 후 결과를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AI 모드는 사용자와 대화하듯 검색을 수행하고, 긴 질문을 단계적으로 분해해 종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답을 제공한다. ‘서치 라이브’와 ‘딥 서치’ 기능,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 기능 등이 함께 탑재되어, 단순 정보 탐색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을 지원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스마트 안경 프로젝트는 2013년 ‘구글 글래스’의 실패 이후 10년 만에 다시 시작된 도전이다. 당시 시장에서 철수했던 구글이 다시 같은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은,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하드웨어 설계 경험의 축적이 시장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안드로이드 XR 플랫폼과 제미나이 AI를 통합한 종합 생태계 구축이라는 구글의 전략을 뒷받침한다.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 같은 패션 브랜드가 디자인 파트너로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기술 제품이 기능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으며, 일상적인 착용성을 확보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구글이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이번 스마트 안경 발표는 ‘단말기’가 아닌 ‘인터페이스’의 전환을 뜻한다. 텍스트 입력 중심의 화면 기반 검색에서 벗어나, 현실과 디지털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공간 중심의 상호작용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글이 “정보에서 지능으로”라는 표현으로 설명한 이 변화는, 인간과 기술이 소통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진화를 상징한다.
스마트 안경은 지금까지의 기술 흐름을 응축한 하나의 결과물일 뿐 아니라, 향후 AI와 XR이 결합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갈지를 가늠하게 하는 ‘미래의 창’이기도 하다. AI 시대의 인터페이스는 이제 더 이상 손끝에 있지 않다. 우리의 눈, 귀, 말, 그리고 그 너머의 일상 속에 녹아들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