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민생추경안 간담회 'SOC·공공재개발·공공주택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및 일자리창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입춘이 지났지만, 한파는 여전했다. 얼어붙은 수도관을 지키기 위해 뜨거운 물을 흘려보냈고, 계량기를 보온재로 감싸며 버텼다. 하지만 이제 날씨가 풀리며 수도꼭지를 잠그는 때가 왔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도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정치는 혼돈 속에 갇혀 있고, 경제는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최근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거쳐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국정은 마비되었고,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 정쟁에 몰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다. 고용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구직자 10명에게 돌아가는 일자리는 3개도 채 되지 않는다. 건설업과 제조업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으며, 실업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0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내놓았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성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역화폐·상생 소비 쿠폰 등에만 10조 원을 쓰겠다는 계획은 국민 세금으로 인기 영합을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무분별한 재정 지출은 후대에 더 큰 부담을 남길 뿐이다.
SOC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고, 건설업을 살리겠다는 명분도 의심스럽다. 건설 경기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정부 지출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혈세를 투입한다고 해서 건설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 오히려 무리한 공공개발은 부실한 토목 사업과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도 문제다. 민주당은 자체 추경안을 공개하면서도, 세부 항목은 협상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국민의 동의 없이 정치적 협상 카드로 추경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 혈세를 담보로 여야 간 정치 싸움을 벌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가 진정한 봄을 맞이하려면, 선심성 예산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실질적인 경제 회복 방안을 논의할 때, 그때서야 비로소 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