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후 이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전면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여기에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 추가 관세 부과까지 예고돼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기존 무관세 혜택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1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합의가 미국의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관세 적용 확대를 공식화했다.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외에도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 다른 산업에도 추가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산업으로, 지난해 미국이 한국에서 112억6000만 달러(약 16조2000억 원)어치를 수입하며 전체 수입의 약 8%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는 의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2027년 양산 목표로 건설 중이며,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관세 부과 방식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미 수출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영향이 클 것"이라며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전업계도 철강 관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철강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할 경우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생산 거점 다변화와 대미 투자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내 투자 확대가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전략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