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로 목돈을 마련하려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명절의 전통적 의미보다 경제적 기회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설날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설문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6명 이상(66.5%)이 설 연휴에도 일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연휴에 일하는 이유로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28.3%), ‘짧은 시간 내 용돈 마련’(21.9%), ‘추가 수입 필요’(19%), ‘여행 경비, 등록금 등 목돈 마련’(15.2%) 등이 꼽혔다.
이처럼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약화되면서,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로 배달과 유통 관련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혼자 설 명절을 보내는 ‘혼설족’이 많아지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롯데멤버스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51.2%)이 명절에 집에서 쉬겠다고 답했고, 고향이나 친척 집을 방문하겠다는 비율은 31.3%에 그쳤다.
평소보다 높은 시급도 연휴 아르바이트 선호 이유 중 하나다. 알바천국 조사에 따르면, 설 연휴 아르바이트의 기대 시급은 평균 1만2591원으로, 올해 법정 최저임금(1만30원)보다 약 25% 높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명절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 기회도 늘어났다. 설 연휴에 근무한다고 밝힌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업종은 유통·판매업(78.4%), 외식·음료업(74.9%), 서비스업(74.4%), 운전·배달(72.2%) 순이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데이터에 따르면, 명절 연휴 시작일과 마지막 날 음식 주문량은 직전 주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배달 라이더 등 초단기 일자리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알바몬, 알바천국 등 주요 구인·구직 플랫폼은 설 연휴 단기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설날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백화점, 유통, 택배, 배달 등 명절 특화 업종 채용 정보를 제공하며, 구직자들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설날이라는 전통적인 명절 풍경이 바뀌고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던 명절에서 벗어나, 경제적 기회를 중시하는 청년층의 새로운 선택이 명절 풍속도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