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023년 6월 서울 성북구 주한 중국대사관저를 찾아가 싱하이밍 대사와 인사하고 있다. 외교부 국장급인 싱 대사는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윤석열정부의 외교 기조를 비판해 논란이 됐다. 동시에 국가 의전서열 8위에 해당하는 제1 야당 대표가 외국 대사로부터 일장 훈시를 들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사태 여파로 퇴진할 경우, 차기 정부로 좌파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며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외교관, 공무원,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 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을 집중 보도했다. 매체는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의 새 정부는 한·미·일 협력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동아시아 정책 전문가인 다니엘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윤 대통령 퇴진 후 좌파 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미·일 안보 협력은 "후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2기)가 동맹 유지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한국 좌파가 이 구조에서 쉽게 발을 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FT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외교 정책 성향에도 주목했다. 매체는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 조기 퇴진 시 후임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라며 "북한과 러시아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대표가 윤 대통령 재임 시기의 한일 외교를 "가장 수치스럽고 비참한 순간"으로 묘사한 발언을 언급하며, 좌파 정부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의 친중 성향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FT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이라며 "친중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FT는 윤 대통령 퇴진 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도 짚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개선된 한일 관계가 불과 2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의 전임자인 문재인 정부 시절의 긴장 상태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 동맹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시아 안보 전문가 잭 쿠퍼는 "윤 대통령이 보수 성향 지도자로서 트럼프 행정부와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었다"고 평가하며, 윤 대통령 퇴진 후 한국에서 미군 감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 전문가 셴 딩리는 "중국은 어떤 지도자가 집권하더라도 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막겠다는 공약을 철회한 사례를 들어, 한국 내 정권 교체만으로 대중 관계가 호전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FT는 동아시아 안보 지형의 향방이 한국 정치 상황과 미국의 동맹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 퇴진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