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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불소추 특권, 입법과 해석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사법질서

정치

by sisaimpact 2025. 6. 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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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형사재판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둘러싼 정치권과 법조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당초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공판기일을 변경하며, 이는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명시했다. 당선 이전에 시작된 재판도 재직 중에는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헌법 조항의 적용 범위에 대해 처음으로 개별 재판부가 구체적인 해석을 내린 사례로 기록됐다. 법원은 심리를 완전히 종결한 것은 아니며, 필요 시 재개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으나 임기 중 심리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런 법원의 판단에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84조의 해석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일률적으로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재판중지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은) 떡 하나 줄 테니 재판중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며 사법부의 판단과 무관하게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증원하는 ‘대법관 증원법’도 같은 날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대법원 내 판결 속도와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이지만, 사법부 인적 구성을 통한 영향력 확대 시도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반면,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헌법 84조의 해석을 국회 입법으로 규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입법권의 월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헌법 조문에 대한 최종 해석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몫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검사나 피고인은 재판장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헌법소원심판 청구나 재판부 기피 신청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사법판단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모든 형사재판이 ‘기일 추정’이라는 형식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정치적 해석과 법률적 판단이 얽히며 헌법 84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더 흐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이재명 잘 뽑았다’는 효능감과 자부심을 가지실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법적 안정성과 정치적 정당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현직 대통령의 재판 중단이 정치적 판단인가, 헌법적 권한인가를 둘러싼 이 논쟁은 단순한 법 해석을 넘어,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명확한 유권해석 없이는, 이 논란은 계속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뇌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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