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예방했다.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강조하며 당내 결속을 다졌다.
이 대표는 최근 지지율 정체 속에서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특히 “극단적인 정치 환경에서 통합과 포용이 민주당의 앞길을 여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역시 이에 공감을 표하며 “정치적 변화가 있을 때도 결국 포용과 통합이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줄이는 길”이라며 “그러한 행보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경제 상황과 관련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란 상태까지 벌어져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경 편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부가 빨리 결정한다면 논의하고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예방에는 전현희·한준호·이언주·송순호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 이선호 울산시당위원장, 이해식 당대표비서실장 등이 동행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들은 지난 설연휴를 앞두고 대권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정치권이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목표로 나아갈 때 역할이 필요하면 하겠다”고 밝히며 재등판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역시 “앞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김 전 총리는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너희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며 당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쟁이 계속되면 국민이 더 불안해하고 민생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 전 지사는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던지며 다원주의적 정당 운영을 주장했다. 그는 “어느 한 사람이나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민주주의 세력임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근본적 변화 없이 민생과 경제를 외쳐도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의원들도 세를 결집하며 대선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LAB’ 출범식에는 친노·친문계를 비롯한 다수의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진표 전 국회의장,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도 함께했다.
또한 민주당 전직 의원들이 주축이 된 ‘초일회’ 역시 향후 대권 정국에서 이재명 대표를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초일회는 박광온·박용진·강병원·송갑석·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2월 중 정세균 전 총리와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가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며 당내 결속을 시도하는 가운데, 비명계는 본격적인 대권 채비에 나서면서 민주당 내 권력 구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통합'과 '변화'라는 두 가지 메시지 중 어느 쪽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