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버스 활용 청년 단기주거 제안에 비판 잇따라…황희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사과
‘한남 더 휠’ 등 패러디·AI 콘텐츠 확산…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중자애해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폐기되는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이른바 ‘버스하우스’를 제안했다가 사과한 가운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관련 풍자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을 넘어 황 의원의 과거 자녀 학비 논란까지 다시 거론되는 양상이다.
황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폐기되는 버스를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단기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버스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황 의원은 버스 1대를 개조하는 데 약 5000만원이 든다고 가정하고, 5000억원을 투입하면 1만대 규모의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제안 직후 온라인에서는 청년 주거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높은 집값과 전월세 비용으로 주거비 부담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정상적인 주택이 아닌 폐버스를 개조한 공간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황 의원은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10일 사과했다. 황 의원은 “청년세대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청년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주거 문제의 엄중함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해당 아이디어가 정부 주도 주택공급의 시차를 보완하고 저소득층 청년들의 단기적인 임시주거비 부담을 덜어보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과 이후에도 온라인에서는 ‘버스하우스’를 소재로 한 패러디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서울의 고가 아파트 브랜드를 패러디해 폐버스 주거시설의 이름을 붙인 게시물 등이 공유됐다. ‘한남 더 힐’을 패러디한 ‘한남 더 휠’, ‘아크로 리버파크’를 변형한 ‘아크로 리버스 파크’, ‘반포자이’를 연상시키는 ‘반포터 자이’ 등의 이름이 등장했다.
일부 게시물은 이들 가상의 ‘폐버스 아파트’에 각각 2000만원, 1500만원 등의 가격을 제시하고 실제 부동산 매물처럼 구성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와 영상도 등장했다.
폐버스를 여러 대 배치해 청년주택 단지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함께 ‘청년 행복’, ‘함께 사는 청년주택’ 등의 문구를 넣거나, 폐버스 주거시설에 입주한 가상의 청년이 여름과 겨울의 주거 환경을 풍자하는 내용의 AI 영상도 공유됐다. 일부 영상은 게시 이틀 만에 2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에서는 황 의원 본인이나 가족이 버스하우스에서 먼저 거주해보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황 의원의 제안과 당의 공식 입장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황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당의 입장과 관련 없는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고 밝혔고,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제안이라는 취지로 진화에 나섰다.
논란은 과거 황 의원의 자녀 외국인학교 학비 문제로도 번졌다.
황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2021년 인사청문 과정에서는 딸의 서울 소재 외국인학교 재학 사실과 연간 약 4200만원의 학비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황 의원 측은 딸의 유학 준비와 관련한 외국인학교 진학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당시 학비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청년 주거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현실 인식을 비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청년 정책을 제시할 때 정책을 제안하는 정치인 자신이나 가족이 해당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개혁신당 김성열 최고위원도 황 의원 자녀의 과거 외국인학교 학비 논란을 언급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이 여권 전체의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11일 SBS 라디오에서 이번 사태가 민심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당 내부가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논란은 황 의원 개인의 정책 제안에서 시작됐지만, 청년 주거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청년층 사이의 인식 차이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거비와 자산 격차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정책의 취지뿐 아니라 정책 대상자가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성과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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